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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 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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编辑导读:“只是看着那座大山,就好像我存在”--큰 산(大山)由李浩哲创作。韩国作家李浩哲是继金东里、黄顺元等之后韩国屈指可数的纯文学作家。

이호철

◈ 작가 소개

이호철(李浩哲, 1932~ ) - 함남 원산 출생이며 원산중학을 졸업하였다.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하였고, 1955년 단편 〈탈향(脫鄕)〉이 《문학예술》에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초기 작품들은 사회 저변의 소시민적 삶의 생태를 주로 그렸으며, 1961년에 단편 〈판문점(板門店)〉에서는 한반도 남북의 사회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별력을 보여주었다. 1970년대 전반기에 발표한 연작소설 《이단자(異端者)》는 조국의 분단 상황이 빚은 비리(非理)들을 인정적인 차원에서 잘 형상화했다. 1970년대 작단에 이르기까지 활약한 소장(少壯) 작가들의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서로 단편집 《나상(裸像)》,《이단자(異端者)》, 장편소설 《소시민》,《서울은 만원(滿員)이다》,《역여(逆旅)》를 비롯해 여러 권이 있다. 1962년 《닳아지는 살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 전체 줄거리

‘나’의 마을은 비교적 대학 출신의 젊은 샐러리맨 부부가 많이 사는 마을인데 가끔 굿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를 불길하게 여길 만큼 소심한 아내와 ‘나’는 별것 아닌 것처럼 애써 외면한다. 어느 날 첫눈이 내린 아침에 흰 남자 고무신짝 하나가 마당에 떨어져 있음을 보고 부부는 꺼림칙하게 생각한다. ‘나’는 과거 어린 시절 밭에 버려진 신짝 하나를 보고 공포에 떤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열흘 전의 일처럼 담 밑에 고무신짝이 다시 떨어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아내는 밤에 몰래 남의 집 담장 너머로 그 신발을 던져 버렸는데 이것이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내는 밤에 그 신발을 가지고 멀리 버스를 타고 가서 버리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또다시 마식령 줄기가 뻗어나간 곳에 자리한 고향 마을의 ‘큰 산’을 떠올린다. ‘큰 산은 그곳에 그 모습으로 그렇게 있다는 것만으로 항상 나의 존재의, 나를 둘러싼 모든 균형의 어떤 근원을 떠받들어 주고 있었던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산이다. 그날 밤 아내는 신문지에 싼 신발을 갖다 버리고 다소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나’와 아내는 서로 말이 없을 뿐이었다.

◈ 등장 인물

• 나 :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 불길한 느낌의 고무신짝 하나를 담장 너머로 던져 버리는 마을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소시민들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비판함. 그러한 행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즉 마음의 중심으로서 고향 마을의 큰 산을 떠올림

• 아내 : 불길한 느낌의 흰 고무신을 담장 너머로 던지나 다시 그 고무신이 되돌아온 것을 보고 결국에는 그 신발을 먼 데 버리고 옴.

◈ 핵심 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 구성 : 역행적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제재 : 고무신

● 주제 : 이기주의로 가득 찬 소시민 의식에 대한 비판

● 출전 : <월간문학> (1970)

◈ 이해와 감상 1

1970년에 발표된 이호철의 단편 소설로서, 마당에 떨어진 고무신짝과 관련해 일어나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불길한 느낌을 준다고 하여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고무신짝을 담장 너머로 던져 버리는 마을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자신만 해가 없으면 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소시민들의 극단주의적 이기주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원인은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 여긴다. 그리하여 ‘큰 산’을 제시한다. ‘큰 산’은 근원적인 갈망의 대상이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 이해와 감상 2

<큰 산>은 군사 정권이 독재 체제를 연장하기 위해 3선 개헌을 강행하면서 극도로 불안해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큰 산>은 3선 개헌과 같은 정치적인 변화를 전혀 기술하지 않은 채 소시민의 자기 보존적 속성에서 비롯한 극심한 이기주의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짐작하도록 한다. ‘큰 산’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동질감을 회복시켜주며 그로 인해서 그 당시의 시대적인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근원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소재이다. 그러므로 <큰 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안정감을 주고 동질감을 회복시켜 줄 근원적인 무언가를 상실하고 살아가는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큰 산>은 분단 극복의 적극적 해결책이기보다는 단순한 상징적 매개물이며 이미지로 나타나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현실 문제의 극복 의지를 가지고 세계를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음은 <큰 산>이 이룩한 빛나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체 상실과 민족 분단의 원인이 ‘큰 산’의 상실 때문이라면 이호철의 소설적 행보는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해서 ‘큰 산’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원문읽기>

아침에 깨어 보니 온 누리에 수북하게 첫눈이 내렸는데, 대문 옆 블록담 위에 웬 흰 남자 고무신짝 하나가 얌전하게 놓여 있었다. 얼마 안 신은 듯한 거의 새 고무신짝이었다.

아내와 나는 다 같이 꺼림칙한 느낌에 휩싸였다.

“웬 고무신일까. 누가 장난을 했나.”

내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중얼거리자,

“아무리, 장난으로 저랬을라구요.”

아내는 어쩐지 뾰로통해지면서 말했다. 아내는 현대여성이어서라기보다는 본시부터 이런 일에는 대범한 편이었는데, 요즘 조금은 나를 닮게 된 모양이었다.

사실은 이런 일에는 내 쪽에서 훨씬 소심하고 과민한 편이어서 아내는 이런 나를 조금은 구질구질하게 여겨 왔었다.

간밤에도 근처 어느 집에서 굿을 하는 모양으로 꽹과리 소리가 요란했다. 텔레비전 안테나가 무성하고, 갓 대학 출신의 젊은 샐러리맨 부부가 많이 살고 있는 동네인데도, 한밤중이면 굿하는 꽹과리 소리가 가끔 멀리 가까이 들리곤 하는 것이다. 아니, 반드시 한밤중만도 아니다. 한밤중의 그 소리가 더 기분이 나쁘고 음산하게 들린다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그 일을 지나가는 말로라도 입 밖에 낸 일은 없었다. 어쩐지 그런 유의 얘기를 주고받기조차 처음부터 꺼림칙했던 것이다. 더러 아내가,

“또, 또 어느 집에서 굿하나 봐요.”

하고 무심결에 한마디 불쑥 지껄이기라도 하면, 나는 번번이 딴청을 피우며 못 들은 체해 버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벌써 소심해져 있었고, 그 무슨 불길한 것에 손 끝에 닿는 듯하여 그런 쪽의 대꾸조차 입에 올리기를 꺼렸던 것이다. 아내는 나의 이런 소심한 성격을 알고 나서부터는 내심 구질구질하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름으로도 조심하는 것 같았으나, 그럴수록 우리 두 사람은 그런 일에 더 예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이상한 고무신짝을 들고 이모저모 뜯어보았다. 분명히 더도 덜도 아닌, 남자 고무신짝 하나였다. 크기도 특별나게 크다거나 작다거나 하지 않고, 표준형 정도였다. 조금 이상하다면 금방 씻어 말린 듯이 새하얗게 희다는 점이다. 그것이 더 을씨년스럽고 기분이 나빴다.

“그럼, 도둑일까?”

“도둑이면 발자국이라도 있을 거 아녀요. 도둑이 미쳤나, 조렇게 얌전하게 올려놓게.”

“또 알아? 심리전을 쓰느라고 저랬는지.”

“……”

아내는 쓰디쓰게 피시시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나에 대한 가벼운 핀잔이 스며 있었다. ‘당신이 늘 그런 데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니까 저런 것도 저렇게 끼어드는 거야요. 심리전이라는 것도 그렇지요. 이쪽에서 약점이 있으면 쓰는 게지’하는 눈길이면서도, 아내는 낮은 가락으로 말하였다.

“호옥 쓰레기꾼이 장난을 했나. 두 사람 가운데 젊은 쪽이 꽤 장난꾸러기던데, 뉘 집 쓰레기통에 한 짝만 들어 있으니까 그걸……”

“그렇군, 그렇군.”

나도 둔하게 건숭건숭 대답은 하였으나 이미 아내의 그런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그 흰 남자 고무신짝 하나는 고무신으로서의 분명 단순한 용처를 일거에 몇 차원을 뛰어넘어 뚜릿뚜릿하게 내 어느 깊은 안 속으로 이미 달려들고 있음을 어쩔 수 없었다.

“이 양반, 또 병났군”하는 듯 아내는 상을 찡그리면서도,

“어젯밤도 꽹과리 소리가 밤새 나던데요. 어느 집에서 또 굿을 하는 모양이던데.”

하고 말하자,

“쓸데없는 소리.”

나는 울컥 화를 내듯이 두 눈을 부릅뜨기까지 하였다.

이 일로 인하여, 이미 아내도 나처럼 공포감에 휘말려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국민학교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밭에 버려진 신짝 하나를 보고 공포에 떤 일이 있다. 비 오는 속의 무밭에 앞대가리 부분이 무잎이 무성한 밭 속에 처박혀 있는 검정색 지카다비짝이었다. 발뒤축께의 세 개의 호크까지 말짱하던 일이 지금도 뒷등이 선득할 만큼 기억에 또렷하다.

바로 태평양전쟁이 나던 이듬해인가였는데, 그 무렵에 그 지카다비는 대유행이었다. 본시 광산 노동자용이었던 모양인데, 아닌게아니라 그 검정색 생김생김부터가 광산용으로 꼭 어울려 보였었다. 우리 마을에서 5리쯤 내려가면 철도공장과 피혁공장이 있었는데, 그 공장에 다니면 징용을 면한다 해서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리고 몰려었고, 그 지카다비는 집집마다 흔했던 것이다.

그때 그 무밭의 지카다비짝이 그토록까지 무서웠던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이었을까. 그 지카다비가 지닌 평범하고도 단순한 용처를 떠나 생판 엉뚱하게도 무밭에 처박혀 있어서, 그 지카다비로서의 노선 혹은 룰에서 벗어져 나온 그 점이 공포감으로 작용했던 것일까? 일단 그렇게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이유뿐일까. 단순히 그 이유였다면 그냥 그 정도로 처결해 치울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 무렵 모든 신의 바닥 고무는 고무 성분이 덜 들어가 녹신녹신하지가 못하였으니까 어쩌다가 바닥의 중동이가 뚝 부러져 더 이상 못 신게 되어서 훌쩍 무밭에 버렸으리라. 한 짝은 무밭 한가운데로 멀리 버리고 한 짝은 이렇게 가장자리께로. 이 지카다비짝에만 한해서는 분명히 이러했을 것이다. 공포감이고 뭐고 느껴질 건덕지라고는 없다.

아, 지금에야 생각이 난다. 그날은 마가을비가 내렸었는데, 무슨 까닭인지 나는 저녁답에 혼자 비를 맞으며 돌아오고 있었다. 지금 아무리 머릿속을 짜내어도 무슨 이유로 그때 그렇게 혼자만 늦게 돌아오게 되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확실한 사실은 학교에서 혼자 나올 때부터 이미 나는 ‘큰 산’이 안 보일 것이라는 예상으로 쓸쓸해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로 패연하게 비가 쏟아지는 날은 으레 큰 산은 구름에 깝북 가려진다.

하긴 일반론으로서도 그렇긴 하다. 활짝 갠 날보다 덜 갠 날이 기분이 언짢은 법이며, 덜 갠 날보다 흐린 날이, 흐린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비오는 날 가운데서도 마가을 저녁답의 빈 들판에 내리는 비가 훨씬 더 쓸쓸한 법이다. 그러나 그 무렵의 나에게는 더 분명한 것이 있었다. 비가 이 정도로 쏟아지는 날에는 큰 산이 구름에 깝북 가려진다는 점이었다. 그 큰 산이 가려지면, 여느 때는 그 큰 산에 의지하면서 각각이 각각의 분수 나름으로 얌전히 있던 가까운 주위의 야산들이 갑자기 시커멓게 뚜릿뚜릿해지며 그로테스크한 외양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들판도 의지할 데를 잃어버리며 한결 가라앉는다. 온 누리는 그렇게 갑자기 균형을 잃고 썰렁해지고, 개개의 것들이 개개 나름으로 저를 주장해 나서며 티격태격거리기 시작하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도 쓸쓸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우리 마을 서쪽 멀리 청빛의 마식령 줄기가 가로 뻗어 갔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큰 산’이라고 불렀다. 내 경우 이 큰 산은 그곳에 그 모습으로 그렇게 있다는 것만으로 항상 나의 존재의, 나를 둘러싼 모든 균형의 어떤 근원을 떠받들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태어난 뒤 가장 먼저 익숙해진 것은 어머니의 젖가슴이었겠지만, 두 번째로 익숙해진 것은 그 큰 산이었을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우리집에서 정면으로 건너다보이던 그 큰 산, 문만 열면 서쪽 하늘 끝에 웅장하게 덩더룻이 솟아 있던 그 청빛 큰 산. 그 큰 산에서부터 산과 골짜기들이 곤두박질을 치듯이 큰 내를 이루며 내려오는 가에 미루나무숲이 우거지고, 우리 마을이 앉아 있다. 그렇게 우리 마을 앞에서부터 좁은 들판이 시작된다. 이 들판은 더욱 퍼지면서 밑으로 흘러 내려가, 두 야산 끝머리의 한 머리는 원산 거리 쪽으로 금방 잘록하게 끝나고, 한 머리는 비옥한 안변 평야의 북쪽 끝으로 가닿는다.

바람도 없이 비는 패연히 쏟아졌고, 저녁답이라, 들판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위 보매기 마을로 올라가는 길과 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까지는 빈 달구지 서넛이 가고 있어 그런대로 나도 심심치는 않았다. 달구지꾼들은 늙수그레하였고, 소 엉덩이 뒤에 바싹 붙어 앉아 웅숭그리고 있었는데, 싸릿대로 엮은 삿갓을 쓰고 쉬임없이 웅얼거리고들 있었다. 비를 맞고 가는 어린 나더라도 저희들 빈 달구지에 올라타라고 했을 법도 한데, 어째선가 그날따라 하나같이 모두가 냉랭하였다. 나도 그날따라 웬일인지 그들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접어 생각하면서, 무리를 해서까지 굳이 올라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달구지꾼들과 헤어져 마을로 들어가는 안길로 혼자 꺾이면서, 비로소 나는 저녁답과 비를, 그리고 큰 산이 안 보이는 쓸쓸함을 분명하게 의식했다. 아, 그때의 그 분명하던 의식! 그리고 그 쓸쓸함!

바람 한 점 없이 패연하게 쏟아지는 빗속에, 온 누리는 음산하고 오로지 써늘할 뿐이었다. 천지에 들리는 것은 지척지척 비 내리는 소리뿐이었다. 아, 그 아득함! 아득함! 그 비 내리는 소리도, 귀를 곤두세워 빗소리를 의식하면서도 듣자고 해야, 밭 가운데 여기저기 세워 놓은 수숫대 무더기에 비꼬치 듣는 소리로 구체적으로 들릴 뿐이지, 그냥 멍청한 귀에는 그 빗소리가 그저 그렇게 낮은 가락의 그 무슨 하늘과 땅의 둔탁한 소리 같은 것으로, 큰 산을 잃어버린 허공 같은 소리로만 들리던 것이었다.

그 큰 산이 구름에 깝북 가려 보이지 않아서 좁은 들판은 더욱 푸욱 패어 보이고, 양옆의 야산도 빗속에 더 시커멓게 뚜릿뚜릿해 보였다. 빠안히 들여다보이는 우리 마을도 집집의 굴뚝마다 젖은 저녁 연기는 내고 있었지만 여느 때 없이 쓸쓸해 보였다.

큰 산이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는 것이 어찌 이렇게도 이 들판에, 이 누리에 쓸쓸한 느낌을 더하게 하는 것일까. 야산을 야산이도록, 강이 강이도록, 이만한 분수의 들판을 이만한 분수의 들판이도록, 저렇게 빠안히 건너다보이는 우리 마을을 우리 마을이도록, 제 분수대로 제자리에 쏘옥 들어앉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바로 이때 나는 길 가장자리 무밭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 지카다비짝을 흘낏 보았었다. 순간 화닥닥 놀라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공포감에 휘감겨서 미친 듯이 빗속을 달렸었다.

뒤에야 알았지만 아침에 그런 일이 있고 난 그날 밤에 아내는 그 고무신짝을 들고 골목길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길가의 아무 집이건 가림이 없이 여느 집 담장으로 휭 던졌던 모양이었다. 물론 아내는 제 자존심도 있었을 터여서 그런 얘기를 나에게는 입 밖에 내기는커녕 전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나도 아침에 그런 일이 있고, 그 고무신짝은 대문 앞의 멋대가리없게 생긴 시멘트덩어리 쓰레기통에 버린 뒤, 그런 일은 없었던 셈으로 쳤다. 우리는 미심한 대로 그 일을 그렇게 처결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 미심한 점이 역시 미심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거리로 나와 있었지만 아내는 종일토록 집에만 있었으니까, 그 미심한 느낌도 나보다도 훨신 더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는 이미 그 고무신짝의 논리 속에 흠뻑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어두울 무렵에 혼자 나갔을 것이다.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마땅해 보이는 장소를 물색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아무 집이건 담장 너머로 휭 던져 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그쯤으로 액땜을 했다고 자처해 버렸을 것이다.

그 며칠 뒤, 정확하게 열흘쯤 지나서였다.

아침에 자리에서 눈을 뜨자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던 아내가,

“아빠아, 눈 왔다아, 눈 왔어어.”

호들갑을 떨 듯이 소리를 질러서, 나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내의 바람으로 달려나갔다.

아내는 뜰 한가운데 파자마 바람으로 싱글벙글 웃고 서 있었다.

수북하게 눈이 와 있었다. 게다가 하늘은 활짝 개고 해는 금방 떠오를 모양이었다.

“밤새 왔던 모양이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하지.”

“아이, 야박스러. 좀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주면 어때요.”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이치에 닿지 않는 소린 싫거든.”

“흥, 이치 좋아하시네.”

하며 아내는 입은 비시시 웃고 눈은 얄팍하게 나를 흘겨보듯 하더니,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이 되며 물었다.

“하늘에 깝북 구름이 차 있다가, 가장 빠른 시간 안으로 이렇게 온 하늘이 깨끗이 개어 오르려면 몇 분이나 걸리는지 알아요?”

나는 잠시 무슨 뜻인지 몰라서 뚱하게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건 하늘 나름일 테지.”

“하늘 나름이라뇨?”

“넓은 하늘도 있고 좁은 하늘도 있지 않겠어. 그건 어쨌든, 당신은? 당신은 아나?”

“몰라요, 모르니까 묻죠.”

하고 아내는 낭랑한 목소리로 한바탕 또 웃었다.

눈 내린 겨울 아침과 저 낭랑한 웃음. 이 눈 내린 겨울 아침이 훨씬 더 눈 내린 겨울 아침으로 느껴지도록 하고 있는 저 웃음. 또한 저 웃음으로 하여금 더욱더 저 웃음이도록 해주고 있는 이 활짝 개어 오른 눈 내린 겨울 아침.

그러나 무엇인가 빠져 있다. 나는 문득 고향의 그 큰 산이 떠오르려고 하는 것을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어 지워 버렸다.

그러고 보니, 비나 눈이 오다가 개어 오를 때는 대개 바람이 불면서 스름스름 걷히는데,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온 하늘은 활짝 개어 있곤 하는 것이다. 선들바람이 지나가면서 두꺼운 하늘 한복판에 파아란 구멍 하나가 깊숙하게 뽕 뚫렸다 싶으면 스름스름 구름이 날아간다. 다음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온 하늘은 끝까지 활짝 개어 있곤 한다. 그렇다, 늘 ‘어느새’다. ‘어느새’라는 낱말 하나로 간단히 처리되지만, 간단히 처리 안 될 수도 없게 그렇게 ‘어느새’다. 하늘 끝에서 끝까지 완전히 개어 오르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지켜본 사람이 있을까. 온 하늘의 구름조각 하나하나가 한꺼번에 스러져 가는 것을 완전히 본 사람이 있을까. 설령 보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 듯이 정신을 차려 보니까 ‘어느새’ 온 하늘이 활짝 개어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눈이 내려서, 게다가 하늘이 개어 올라서 아내는 저렇게도 단순하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눈을 밟으며 사뿐사뿐 큰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더니 뜰 끝에서 멈칫 섰다. 일순 여들여들하게 유연하던 아내의 뒷등이 무언가 현실적이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었다.

“어머, 저게 뭐유?”

헛간 쪽의 블록담 밑을 꾸부정하게 들여다보았다.

“뭔데?”

나도 가슴이 철렁해지며 문득 열흘쯤 전의 그 일이 떠올라 그쪽으로 급하게 다가갔다.

동시에 좀전의 그 환하던 겨울 아침은 대뜸 우리 둘 사이에서 음산한 분위기로 둔갑을 하고 있었다.

“고무신짝이에요. 또 그, 그 고무신짝.”

아내의 목소리는 완연히 떨고 있었다. 거의 헐떡거리듯 하였다. 맞다. 고무신짝이었다. 그 새하얗게 씻은 남자 고무신짝.

“……”

나는 마치 머릿속의 저 아득한 맨 끝머리에 쩌엉스런 깊고 빈 들판이 있다가, 그것이 또 확 열려 오는 듯한 공포 속으로 휘어감겼다.

아내도 까맣게 질린 얼굴이다.

“대체 어떻게 된 셈이지?”

“돌아다니고 있어요, 저게. 염병 돌 듯이.”

아내는 빠른 입놀림으로 이렇게 헐떡거리듯이 지껄였다. 나는 그 아내를 금방 신내리는 무당 쳐다보듯이 을씨년스러운 느낌 섞어 쳐다 보았다.

“돌아다니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이집에서 저집으로, 저집에서 이집으로.”

“그때 그 고무신짝은 분명히 쓰레기통에 버렸지 않아.”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그날 밤 당신이 들어오시기 전에 내가 다시 들고 나갔던 거예요.”

“무엇이? 그럼 어느 집 담장 너머로 버렸었다는 말인가?”

“그렇지요.”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약간 우락부락한 얼굴까지 되며 말하였다.

“왜?”

“왜라뇨. 당신 그걸 지금 나한테 따져 묻는 거예요?”

“던지긴 어느 집으로 던졌어?”

“몰라요.”

“……”

그러니까 이렇게 된 모양이다. 새벽 일찍 뜰 한가운데 그 고무신짝이 떨어진 것을 본 그 어느 집의 부부들도 쩌엉한 느낌에 휘어감기며 간밤내 근처에서 들리던 굿하는 꽹과리 소리 같은 것을 떠올리며 공포감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별로 복잡하게 궁리할 것도 없이, 그날 낮이든가 밤에, 이웃집 아무 집에건 담장 너머로 그 고무신짝을 훌쩍 던졌을 것이다. 남편 모르게 아내가, 혹은 아내 모르게 남편이. 그만한 자존심들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액은 이웃집으로 옮아 보내고, 제 집은 일단 마음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자 담장 안에 웬 고무신짝 하나가 떨어진 것을 본 그 집에서도, 그렇게 제 집으로 들어온 액을 멀리는 못 쫓고 그날 낮이면 낮, 밤이면 밤에, 근처 이웃집으로, 또 던져 버렸을 것이다. 그 이웃집에서는 다시 이웃집으로, 또 그 이웃집으로, 순이네 집에서 영이네 집으로, 영이네 집에서 웅이네 집으로, 웅이네 집에서 건이네 집으로,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모두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터여서 자존심들은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합리적인 사람 대우는 대우대로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는 대우고, 겪는 것은 겪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상처 한 군데 입음이 없이 그 고무신짝만 이웃집 담장 너머로 던지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합리적으로 웃음도 나왔지만, 아내는 당장은 웃을 경황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까지 극성맞게 들어온 이놈의 고무신짝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 액을 우리 부부끼리만 감당할 자신이 우리는 이미 없었다.

“대체 저놈의 것을 어쩌지?”

나는 이미 액투성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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